고소장이 접수되는 순간, 이미 싸움은 시작됩니다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분들이 가장 먼저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억울합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다 알아줄 거 아닙니까?"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형사 수사는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을 증명하는 치열한 싸움입니다. 아무리 결백하더라도, 첫 조사에서 단 한 번의 실수가 재판 내내 여러분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사실대로 말하면 수사관이 알아서 해주지 않나요?
수사관은 이미 '어느 정도의 심증'을 가지고 조사를 시작합니다. 경찰은 고소인의 주장을 먼저 듣고 조사를 준비합니다. 즉, 어느 정도 고소인의 입장에서 질문을 던진다는 뜻입니다.
낯설고 위압적인 조사실 분위기 속에서 수사관의 날 선 질문이나 유도신문을 받다 보면, 아무리 결백한 사람이라도 횡설수설하게 됩니다. 억울한 마음에 감정적으로 호소하다가 엉겁결에 불리한 대답을 해버리기도 하죠.
첫 단추부터 철저한 방어 논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감정이 아닌 전략으로 임해야 합니다.
명백한 물증이 없는데, 피해자 말만으로 처벌받나요?
네, 안타깝게도 처벌받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성범죄는 두 사람만 있는 은밀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 객관적인 물증이 없는 사건이 태반입니다. 우리 대법원도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유죄의 증거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첫 조사에서 잘못 말했는데, 나중에 바꾸면 안 되나요?
진술 번복은 스스로 "내 말은 거짓말입니다"라고 광고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장 많이 하시는 실수 중 하나입니다.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헛나왔어요"라고 법정에서 호소해 봐야, 한 번 조서에 박제된 진술을 뒤집는 건 정말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단 한 번의 진술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결정짓습니다. 첫 조사 전 반드시 변호인과 충분한 사전 준비를 마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불리할 때는 무조건 '묵비권'이 최선인가요?
전략 없는 묵비권은 '구속영장'을 부르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진술을 거부할 권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무조건 "입 다물겠습니다" 혹은 "다 모릅니다"로 일관하면, 실무적으로는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구속수사로 이어질 빌미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경찰이 이미 카카오톡 내역이나 주변 CCTV를 확보해 뒀는데 무작정 아니라고 잡아떼는 섣부른 거짓말 역시 치명적입니다.
어디까지 인정하고 어디서부터 다툴지, 전문가와 미리 치밀하게 선별해야 합니다. 묵비권은 '전략적 침묵'이지, '무조건 침묵'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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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명확히 구분 객관적 증거가 존재하는 사실을 부인하면 오히려 신뢰를 잃습니다. 인정할 부분은 깔끔히 인정하고,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지점에 집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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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사전에 변호인과 진술 전략 수립 조사실에서 즉흥적으로 판단하면 반드시 실수가 나옵니다. 변호인과 충분히 시뮬레이션하고, 예상 질문에 대한 일관된 답변을 준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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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변호인 동석 하에 조사 받기 변호인이 동석하면 유도신문과 위법한 질문에 즉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조사라도 변호인 없이 임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형사 사건은 진실이 아니라 증명된 사실로 판단됩니다.
결백하다면, 그 결백을 논리적이고 일관되게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면, 조사 날짜를 받기 전 반드시 형사전문 변호사와 먼저 상담하십시오. 준비되지 않은 첫 조사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 사건 — 기소유예로 마무리된 이야기
의뢰인 · 30대 남성 / 혐의 · 강제추행 + 폭행 / 결과 · 기소유예 + 공소권 없음
의뢰인께서는 늦은 밤 만취한 상태로 인형뽑기 가게에 들어가셨고, 그곳에서 게임을 하고 있던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뒤에서 껴안는 강제추행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너무 놀란 피해 여성이 도망가려는 의뢰인을 붙잡았고, 뿌리치고 도망치려다 폭행 혐의까지 추가된 상황이었습니다. 처음 상담 시 의뢰인은 이른바 '블랙아웃'을 호소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싶어 했습니다.
의뢰인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변호사로서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야 합니다. 사건 기록을 살펴보니 인형뽑기 가게 내부의 CCTV에 당시 상황이 너무나도 명확하게 찍혀 있었습니다.
저는 의뢰인과 마주 앉아 솔직하고 단호하게 설득했습니다. "CCTV라는 객관적인 증거가 명백합니다. 여기서 부인하시면 나중에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처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지금은 기억이 안 나시더라도 본인의 실수를 깔끔하게 인정하시고,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유일한 살길입니다."
다행히 의뢰인께서 조언을 받아들여 주셨고, 저희는 즉각 혐의 인정 및 합의 체제로 돌입했습니다. 조심스럽게 피해자 측에 연락을 취해 의뢰인의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의 뜻을 전달했고, 오랜 조율 끝에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이후 검찰 단계에서는 합의서와 함께 의뢰인이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계획적이 아닌 만취 상태에서의 우발적 범행이었던 점,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 등 유리한 양형 요소들을 꼼꼼하게 정리한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하며 선처를 적극 호소했습니다.
담당 검사님께서 저희 측의 주장을 충분히 참작해 주셨습니다.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에 넘기지 않고 한 번의 기회를 더 주는 기소유예 처분을,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할 수 없는 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아냈습니다. 의뢰인은 전과 없이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었습니다.